조금 쓸쓸한 독백과 언제나 다정한 노래들
2022.11.23-26 신촌극장
작.출연. 배선희
글도움.연출. 김진아
소리사물구성. 다이애나밴드
음악. 김현수
조명. 사가영
조명오퍼레이터. 지구
의상. 온달
공연실황녹음.오디오마스터링. 안민옥
노래도움.목소리. 정양아
연주.목소리. 유수현
노래작사작곡. 배선희
하나편지집필. 김진아
기록영상. 최윤석
기록사진. 장태구
피디. 이선민
협찬. costume_for_weird_days_com
제작. 지금아카이브
주최.주관. 배선희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촌극장
하나를 생각하는 언니와 미물들이 있다.
“우리에게 더 많은 아름다움이 필요하다고 네가 말했지.
지금이 바로 그때야. 하나야, 바로 지금이야.”
1. 하나에게
2. 장보기
3. 시금치 커리 만들기
4. 하나가 언니에게
* 친구이자 동생인 하나의 방에서 깨어난 언니가 보내는 시간을 함께 경험하는 공연입니다. 한 자리에 착석한 채 관람하지 않고, 때때로 이동하며 공간의 사물과 글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본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공연 실황 오디오 제작을 위해 모든 소리가 녹음됩니다.
* 용기를 가져오시면 비건 커리를 나누어 담아 드립니다.
하늘을 향해 한 손을 길게 뻗는 언니.
“인어공주에 나오는 노랜데 정말 좋지? 만화는 참 이상해. 꿈을 꾸게 만들어. 그게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해 온 일이겠지?
꿈을 만들고 팔아. 웰컴 투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잇츠 유얼 드림, 판타지아!”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드는 언니.
“조금만 더 저렴하면 좋을 텐데.”
행사 알바하는 언니.
“도죠 코란 쿠다사이, 타다이마 세이르모, 오코나떼이마스. 전 품목 50%, 50%, 50% 반값 세일 행사 중입니다.
피프티 펄센트 오프, 피프티 펄센트 오프, 구매 안 하셔도 정말 괜찮아요. 부담 없이 구경 한번 해보시고 가세요~”
꿈을 사는 부자 언니.
“정말 잘됐네요! 저 한 백 개만 주세요! 돈!”
든든하고 멋진 가장 언니.
“하나야! 언니가 사왔어, 꿈! 꿈이 똥값이 됐더라. 너 한 오십 개 줄까? 그리고 남은 건 하나 친구들한테 나눠주면 어때?
뭐? 이걸론 부족하다고? 괜찮아! 언니가 내일 이빠이 사올게. 고맙긴, 뭘~ 언니가 그 정돈 할 수 있지! “
사이.
“포크는 치울 수 있지.”
언니, 식탁에 포크를 내려놓으려다
“친구들한테도 나눠주고 그래도 남은 건
지나다 스치는 첫 번째 빈손인 사람에게 모두 드리자.”
리뷰
2022.12.11.
진송, <조금 쓸쓸한 독백과 언제나 다정한 노래들> 감상기
"너를 살려도 될까?"
“당신의 주의가 향하는 대로 지켜보거나, 움직이거나, 만지거나, 읽거나, 들어주세요. 가만히 있어도 괜찮습니다.”라는 공연 안내 팸플릿의 문구는 관객에게 몸의 자유를 허락하면서 공연의 막을 올린다. 곳곳에는 하나의 것, 혹은 언니의 것으로 추정되는 책이 놓여 있고(나는 앤 보이어의 『언다잉』을 읽었다) 이곳저곳에서 끊임없이 주의를 분산시키거나 시선을 잡아끄는 청명한 소리 혹은 불빛이 발생한다. 언니가 장을 보러 나가느라 극장 문을 열면 찬 바람이 불어 들어오고, 시금치 커리를 만들 때에는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나는 미처 식기를 챙겨오지 못해 같이 먹지 못했지만) 커리를 나눠 먹은 관객들은 그 맛까지 호화롭게 감각했을 것이다. 이 모든 온순하고 부드러운 감각들은 참으로 낯설고 머쓱했다. 마치 삶처럼. 절망이자 고통이기도 한 그것이 돌연 모습을 바꾸어 무릎에 머리를 기대오는 것처럼.
진송 비평 콜렉티브 '누워있기협동조합'의 조합원이자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부할 수 있는 곳, 함께 공부할 사람,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원래 가끔 비평을 썼는데, 요즘에는 종종 비평을 쓴다. 네이버 블로그 '진진송의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하나가 언니에게
<조금 쓸쓸한 독백과 언제나 다정한 노래들> 공연의 마지막 순간, 극장의 문이 열리며 하나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선희 언니와 열 명의 관객에게 나누는 편지 봉투 겉면에는 ‘하나가 언니에게’라고 적혀있습니다. 관객들은 극장에 머무르거나 집으로 돌아가 하나의 편지들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봉투 안에는 하나를 통과해 간 언니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제각각의 모양으로 접혀있습니다.
공연실황 오디오앨범
<Spinach Curry for Hana> _ Toujoursieme Records*
극장까지 오지 못한 ‘하나'들이 공연의 소리를 환경음처럼 틀어놓고, 들려오는 부분은 들었다가, 덜 집중되는 부분은 집의 냉장고 소리 정도로 느끼면서, “왠지 덜 심심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디오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소리사’ 안민옥 작가가 ⟪조쓸언다노⟫ 4회 공연의 소리를 모두 채집하고 믹싱하여 만들었습니다. 공연 실황 오디오 외에도, 관객에게 나눠준 <하나가 언니에게> 편지 녹음본을 별도 트랙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 하나에게 2: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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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하나의
책, 영화
⟪조금 쓸쓸한 독백과 언제나 다정한 노래들⟫이 ‘이야기의 세계’로부터 수신한 아름다운 책과 영화들을 소개합니다.